논두렁태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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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태우기

이른 봄에 농사를 앞두고 논둑과 밭둑을 태우는 작업 

 음력 정월 첫째 쥐날[上子日]이나 정월 대보름날 밤에 쥐불놀이를 겸하여 논둑과 밭둑을 태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상원조上元條에 “충청도 풍속에 떼를 지어 횃불을 사른다. 이를 훈서화燻鼠火, 즉 쥐불이라 한다.”라는 기록이 보인다.
이처럼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불태우는 쥐불놀이는 전국 도처에서 널리 행해지는 풍속이다. 지역에 따라서 정월 대보름날 달집태우기와 연계된 모습도 나타난다. 가령 전라북도 남원의 한 마을에서는 정월 14일 저녁에 달집태우기를 하면서 논둑과 밭둑, 하천의 제방을 불사른다. 이를 쥐불이라 한다. 이처럼 쥐불을 놓는 것은 겨울을 지낸 들쥐나 메뚜기의 서식지를 없애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월동하는 해충을 방제함으로써 농사에 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뿐만 아니라 풀이 왕성하게 돋아나게 함으로써 논두렁을 보호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논둑은 논의 가장자리에서 물을 가두는 둑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논에 버금가는 훌륭한 경작지의 일부이다. 이 때문에 지난날 논두렁에는 으레 콩을 심어 제2의 경작지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재도 충청남도 당진에서 생산되는 대두와 서리태는 광활한 소들강문 평야의 논둑·제방·농로 등 자투리땅에서 재배한 논두렁콩이 대부분이다. 논둑에 콩을 재배하기 때문에 줄무늬잎마름병이나 애멸구 등 월동 병해충의 서식지 제거 효과도 있다. 농사철이 시작되기 전에 논둑을 태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따라서 논둑태우기는 해충 방제의 목적과 함께 논두렁을 경작지로 활용하려는 농부들의 지혜가 스며 있다. 불에 탄 잡초의 재는 논과 논두렁의 거름이 되어 작물의 성장에 이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가에서 논둑을 태우는 관행은 해충을 제거하기보다는 천적을 없애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학문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주장도 있다. 논둑에 서식하는 곤충은 익충이 대부분이고 해충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따라서 논둑태우기는 방제효과보다 해충을 먹이로 삼는 거미류의 피해가 더 크다고 한다. 실제 논둑을 태운 곳과 태우지 않은 곳의 잡초상·곤충상·거미상과 아울러 환경에 미치는 다각적인 요인을 분석한 결과 잡초상·곤충상 및 도열병 발생 등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이에 반해 해충의 천적인 거미상의 복원과 논둑 보존에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하였다. 더욱이 논둑태우기는 산불의 원인이 되는 등 뚜렷한 이익은 없고 확실한 손실만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논둑을 불태우는 관행을 금해야 한다는 의견이 관련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고, 유관 기관에서도 이를 수용하여 봄철이 되면 농가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출처:한국민속예술사전]